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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신체탐구

갱년기와 귓속 울림: 중이 압력 조절 이상과 자율신경

by hhs1205 2025. 6. 23.

폐경 이후 귓속에서 '웅-', '뚜-', '쉬-' 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리거나, 귀가 멍한 느낌이 들면서 일상 대화에도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었다면 단순한 이명이나 노화 때문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특히 조용한 공간에서 더 도드라지는 이 불쾌한 소리는 중이의 압력 조절 기능과 자율신경계의 균형 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갱년기 이후, 귓속 울림 증상이 왜 나타나는지, 그리고 그 이면에 감춰진 생리적 원인에 대해 심도 있게 풀어보겠습니다.

 

귓속 울림, 단순한 이명이 아닐 수 있습니다

갱년기를 겪는 많은 여성들이 귀 안에서의 울림이나 ‘멍함’을 호소합니다.
이 증상은 단순한 소리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바람이 지나가는 듯한 휘잉- 소리, 속삭이는 듯한 쉿- 소리, 또는 내부에서 진동하는 웅-, 뚜- 같은 낮은 주파수의 울림이 특히 밤이나 조용한 공간에서 더 크게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증상은 이명(tinnitus)으로 분류되지만, 갱년기 여성에게 나타나는 귀 울림은 일반적인 청각 질환과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청력 검사에서 특별한 손상이 발견되지 않는데도, 지속적인 소음 인식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때 간과하기 쉬운 것이 바로 중이의 압력 조절 기능입니다.
중이는 고막과 달팽이관 사이의 공간으로, 이곳의 압력이 외부 공기압과 잘 조절되어야 소리가 정상적으로 전달되고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폐경기 이후 중이를 조절하는 근육과 점막의 반응성이 떨어지면서 중이 내 압력이 미세하게 불균형을 이루게 되고, 이 압력 차이가 귀 안에서 ‘진동성 울림’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러한 귓속 울림은 단순히 귀에만 생기는 현상이 아니라, 호르몬 변화, 자율신경계의 불균형, 중이 압력 센서의 감도 저하라는 복합적인 요소들이 맞물려 발생하는 대표적인 갱년기 신경계 이상 증상 중 하나입니다.

 

폐경기 이후 중이 압력 조절이 왜 어려워지는가?

귀는 단순히 소리를 듣는 기관이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청각과 평형감각, 그리고 압력 감각이 함께 작동하는 고도로 정밀한 시스템입니다.
특히 귀 내부의 중이 공간(tympanic cavity)은 외부 기압 변화나 내부 체액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정상적인 경우, 이 공간은 코와 연결된 유스타키오관(Eustachian tube)을 통해 외부와의 압력을 실시간으로 조절합니다.

하지만 폐경 이후에는 이 유스타키오관을 둘러싸는 점막 조직의 탄성과 분비 기능이 떨어지게 됩니다.
에스트로겐은 점막을 보습하고 섬모운동을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호르몬 수치가 떨어지면 코 점막과 연결된 이 통로의 민감도가 함께 감소하게 됩니다.
그 결과 중이 내 압력이 외부와의 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약간의 과압 혹은 저압 상태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단번에 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은근한 압박감’, ‘귀가 찬 것 같은 느낌’, 혹은 ‘내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자기 공명’ 현상으로 서서히 인식되며,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반복될 때 본격적인 귓속 울림 증상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갱년기 여성들이 비행기를 타거나 고속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귀가 ‘멍하게’ 막히는 느낌이 이전보다 심해졌다고 말합니다.
또한 평소 코가 막히거나,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는 분들은 중이의 압력 조절이 더욱 어려워지며 귓속 울림 증상이 더 자주 반복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처럼 중이 압력 조절은 호흡기계, 내분비계, 신경계가 정교하게 협응해야 가능한 기능이며, 폐경기 이후 이 시스템이 흔들릴 경우
정상 청력에서도 귓속에서 울리는 ‘보이지 않는 소리’를 듣게 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자율신경계의 불균형, 감각과 인식 사이의 왜곡을 만든다

갱년기 이후 자율신경계는 민감해지고 불안정해집니다.
그 이유는 에스트로겐이 뇌의 시상하부-자율신경계-내분비 축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폐경기에는 특히 교감신경이 우세해지고 부교감신경의 회복력이 약해지면서 감각 자극에 대한 인지 능력이 과민해지거나 둔화되는 양상을 번갈아 나타냅니다.

귀는 자율신경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된 기관입니다.
특히 내이(cochlea)와 전정기관(평형감각 담당)은 미세한 혈류 변화나 체온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 정보를 뇌간을 통해 대뇌 청각피질로 전달합니다.
이 과정에서 신경계가 과도하게 각성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억제될 경우 존재하지 않는 소리를 실제로 인식하게 되거나, 내부의 생리적 소음을 증폭시켜 듣게 되는 ‘지각 왜곡’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바로 갱년기 여성에게 나타나는 비병리적 청각 감각 이상이며, 다른 장기의 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귓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반복되거나 귀 자체가 ‘공명기’처럼 울리는 느낌을 유발하게 됩니다.

또한 자율신경의 불균형은 스트레스, 수면 부족, 과도한 카페인 섭취와도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갱년기 시기에 흔해지는 수면장애나 불안감은 귀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고, 뇌가 미세한 소리를 과장되게 해석하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결국, 자율신경의 균형이 무너질수록 소리에 대한 감각은 더욱 불안정해지고, 그 결과 우리가 경험하는 ‘귓속 울림’은 실제보다 더 크게, 더 자주 들리는 것처럼 인식됩니다.

 

조절 가능한 루틴: 귀를 위한 자율신경 안정 루틴 만들기

갱년기 이후에 발생하는 귓속 울림이나 멍함 같은 증상은 완전히 치료할 수 없는 불치성 질환이 아닙니다.
실제로 이러한 증상의 원인이 청각 신경의 구조적 손상이 아닌, 자율신경계의 불균형과 중이 압력 조절 시스템의 일시적 오류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생활 습관과 루틴의 조절을 통해 충분히 호전될 수 있는 ‘회복 가능한 기능성 증상’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실천해볼 수 있는 루틴은 중이의 압력 평형을 도와주는 습관적인 호흡 훈련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발살바 호흡법’은 이를 위한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방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코를 손으로 막고 입을 다문 채로, 복부에 힘을 주어 부드럽게 숨을 내쉬면 귀 내부에서 ‘툭’하는 소리와 함께 압력이 조절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간단한 동작을 하루에 3~5회 반복해주면, 중이를 외부 환경과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는 유스타키오관의 개방성과 탄력이 점차 회복되며 내부 압력의 잔잔한 불균형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두 번째로는 귀와 자율신경의 긴밀한 연관성을 고려하여 전신의 신경계 균형을 조절하는 루틴을 생활 속에 통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표적으로 효과적인 것은 아침 또는 저녁 시간의 10분 명상 루틴입니다.
편안한 자세로 앉아 눈을 감고, 복식호흡을 천천히 이어가며 들숨과 날숨을 일정한 리듬으로 반복하면 심박수는 안정화되고, 교감신경계의 과활성은 완화되며,청각 시스템이 더 이상 과도한 신호 해석 상태에 머물지 않도록 신경 흥분도를 낮추게 됩니다.

이와 함께 귀 주변의 순환을 돕는 온열 자극 루틴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따뜻한 찜질팩을 수건에 싸서 하루 1~2회, 귀 주변과 턱 뒤, 목 뒤에 5분간 올려두는 방법은 귀 안의 미세 혈관순환을 촉진하고, 청각 신경과 연결된 감각 정보를 진정시키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특히 찜질 중에 어깨를 가볍게 풀어주면 목과 측두부의 근육 긴장이 함께 완화되며 귀에 전달되는 불필요한 신경 흥분 자극도 덜어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는 소리에 대한 감각 재조절 훈련이 필요합니다.
귓속 울림은 ‘없는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작은 내부 소음을 지나치게 해석하는’ 현상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소리에 대한 민감도를 낮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백색소음(White noise)이나 자연 소리(파도, 숲소리, 빗소리 등)를 낮은 볼륨으로 틀어두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이는 뇌가 내부 자극에만 집중하지 않도록 자연스러운 소리 환경을 제공해 줌으로써 청각 중심에서 감정 중추로 전해지는 스트레스 신호를 약화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특히 취침 전 20분간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명상을 하는 루틴은 귓속 울림이 밤에 더욱 도드라지는 분들에게 매우 유익한 수면 위생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네 번째는 항염증성과 신경 안정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의 꾸준한 섭취입니다. 오메가3 지방산(DHA, EPA), 마그네슘, 비타민 B6, B12, 아연, 그리고 GABA 성분은 청각신경계의 과흥분을 억제하고 신경 전달 물질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오메가3는 내이의 혈류를 개선하고 염증 수치를 낮추는 데 효과적이며, GABA는 교감신경계의 긴장을 완화시켜 귀에서의 자가 소음 인식 강도를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제가 실천 중인 루틴은 아침 7시에 기상 후 백색소음을 틀어놓고 10분간의 복식호흡을 진행한 후, 따뜻한 생강차 한 잔을 마시며 하루의 시작을 천천히 여는 방식입니다.
귀에 직접적인 자극을 줄이는 것보다는, 귀가 있는 ‘내 몸 전체’를 진정시키는 루틴이 결과적으로 귓속 울림의 빈도를 줄여주고,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편안함을 가져다주는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귀에 집중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입니다.
귓속 울림이 계속되는 사람일수록 “왜 또 울리나?”, “이번엔 얼마나 오래가나?” 하며 무의식적으로 귀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처럼 감각을 ‘강화된 주의 상태’로 몰아가면 신경계는 그 자극을 더욱 선명하게 인식하려 하고, 그 결과 실제보다 더 크고 자주 울리는 느낌을 받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이런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작은 소리에 반응하지 않는 훈련, 자신의 몸 전체에 주의를 분산시키는 생활 방식이 귀 건강 회복의 본질이 될 수 있습니다.
음식, 수면, 움직임, 감정까지 귀의 기능은 몸 전체의 밸런스 안에서 조절되고 회복되는 감각입니다.

갱년기와 귓속 울림: 중이 압력 조절 이상과 자율신경

귀는 정교한 감각기관, 몸의 리듬을 반영합니다

갱년기 이후의 귓속 울림은 단지 귀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 몸의 리듬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이며, 호르몬, 신경계, 감각기관이 함께 보내는 ‘경고’일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이 변화는 관리 가능한 생리적 조정에 가깝습니다.
귀에 집중하는 대신 몸 전체를 조율하고, 귀를 ‘치료’하려는 대신 ‘귀가 보내는 신호’를 받아들이고 안정시키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조용한 밤, 혼자 있는 방 안에서 들리는 ‘웅-’ 소리가 처음엔 거슬릴 수 있지만, 그 소리를 무시하지 않고 몸의 리듬을 조율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다시 조용하고 평온한 밤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