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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신체탐구

폐경 후 ‘장 트위칭’ 현상 증가 : 장신경계의 자율 반응

by hhs1205 2025. 7. 3.

폐경기를 겪으며 많은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변화 중 하나는 예전과 달리 배 속이 자주 울컥거리거나, 찌릿하거나, 갑자기 파동처럼 움직이는 낯선 느낌입니다.
일명 ‘장 트위칭(gut twitching)’ 또는 ‘내장 경련’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뱃속에서 소리가 나거나 가스가 찬 느낌과도 다르며, 단순한 장염이나 식중독 같은 급성 질환도 아닙니다.
소화에는 별 문제가 없는데 배 속이 간헐적으로 들썩이듯 반응하는 이 감각은 처음에는 무시되기 쉽지만, 반복되면 분명한 불편함으로 다가옵니다.

이러한 증상은 흔히 스트레스, 과민성대장증후군(IBS), 혹은 소화 불량의 일환으로 여겨지지만, 폐경기를 겪는 여성에게 나타나는 경우에는 ‘장신경계(Enteric Nervous System)’와 ‘자율신경계(ANS)’의 연동 변화, 그리고 에스트로겐의 급격한 감소가 이 연결고리에 끼치는 영향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단순히 위장이 민감해졌다고 넘기기엔, 이 증상은 장의 감각신경계, 평활근 반응, 혈류 분포, 그리고 복부 내장 감각의 ‘신경계 조율력’ 자체가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장 트위칭의 정체: 평활근의 비의도적 수축과 자율신경의 흔들림

갱년기 이후 여성들이 겪는 변화 중에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다가, 어느 순간 신경이 쓰이기 시작하는 증상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장 트위칭(gut twitching)' 현상, 즉 복부에서 느껴지는 불규칙한 울컥거림, 안쪽에서 파동이 이는 듯한 감각, 갑작스러운 움찔거림과도 같은 미세한 내장 근육의 수축입니다.
이런 증상은 복통도 아니고 명확한 소화 장애도 아닌 애매한 불쾌감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단순한 스트레스나 위장 예민함 정도로 여기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장 트위칭은 단순한 위장 운동의 일환으로만 보기엔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채 조절하는 소화기관의 움직임은 ‘의도된 리듬’에 따라 움직이는 연동운동(peristalsis)이 대부분이지만, 폐경기 이후 나타나는 이 울컥거림은 불규칙하며 때로는 장 내부에서 쿡 찌르듯 움직이는 감각, 또는 ‘배가 안쪽에서 살짝 떨린다’는 묘사로 표현되곤 합니다.
이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가스나 설사의 움직임과는 다르며, 명백히 '비의도적이고, 신경계 기반의 자율 반응'으로 분류됩니다.

이 과정의 핵심에는 장신경계(Enteric Nervous System, ENS)와 자율신경계(Autonomic Nervous System, ANS)가 있습니다.
장은 단순히 음식을 소화하는 기관이 아니라, 1억 개 이상의 신경세포로 구성된 ‘제2의 뇌’라 불릴 만큼 복잡하고 정교한 독립적 신경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 장신경계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평활근의 수축과 이완, 소화 효소 분비, 혈류 조절 등을 모두 자동으로 조율합니다.

문제는 폐경 이후 이 정밀한 조율 시스템에 미세한 오류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에스트로겐은 자율신경계를 안정화하고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데, 이 호르몬이 줄어들면 ENS의 감각 민감도가 증가하고 장의 긴장도나 수축 타이밍이 불안정해지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ENS는 자율적으로 반복적으로 '장 트위칭'이라 불리는 이상 반응을 발생시키는 것이죠.

이런 증상은 대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 식사 간격이 지나치게 길었던 날, 또는 감정 기복이 컸던 날 더 두드러지며 평소보다 장의 ‘긴장-이완 밸런스’가 깨져 있을수록 더 쉽게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 현상은 단지 장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신 신경계가 폐경 이후 새로운 균형을 잡지 못한 결과물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깊이와 중요성이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폐경 후 ‘장 트위칭’ 현상 증가 : 장신경계의 자율 반응

 

장신경계와 폐경기: 에스트로겐 수용체 감소가 불러오는 감각 신호의 왜곡

장 트위칭이 폐경기 여성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이유는 단순히 나이로 인해 위장이 약해졌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보다 훨씬 더 복합적인 이유는, 장이 호르몬에 직접 반응하는 ‘신경 호르몬 기관’이라는 사실과 이 장 신경계 내부에 에스트로겐 수용체(estrogen receptor)가 풍부하게 분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소장과 대장의 외벽, 특히 장근총(Myenteric Plexus)으로 알려진 신경망은 평활근의 수축 타이밍, 강도, 이완 반응 등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능을 합니다.
이곳에는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밀집되어 있으며, 에스트로겐은 이 수용체를 통해 신경 흥분성, 평활근 반응성, 장 내 통각 민감도를 간접적으로 조절합니다.

그러나 폐경 후 에스트로겐이 급감하게 되면 이 신경 수용체에 대한 신호 전달이 약화되고, 그 결과 장이 전달하는 감각 신호가 과장되거나 왜곡되어 비정상적인 수축, 긴장, 울렁거림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식사를 한 뒤 장에서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소화 과정은 정상적인 경우라면 무의식적으로 느껴지지 않아야 합니다. 하지만 장신경계의 에스트로겐 민감도가 떨어지면 아주 소량의 가스 이동, 평활근의 미세한 움직임조차도 트위칭이나 경련처럼 과하게 감각화되어 인식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에스트로겐은 세로토닌(Serotonin) 대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세로토닌은 장에서 90% 이상 합성되는 신경전달물질로, 감정 조절뿐 아니라 장 운동의 리듬감 유지에 필수적입니다.
폐경 후 에스트로겐이 줄어들면 세로토닌의 분비 및 수용 능력도 감소하게 되고, 이로 인해 장의 운동 리듬과 감각 수용 체계가 흐트러진 신호를 반복적으로 발생시키는 것입니다.

이런 구조적인 변화는 단지 ‘장이 예민하다’는 단순 표현으로 끝낼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 안에는 호르몬-신경-감각의 삼중적 상호작용이 존재하고, 트위칭 하나에도 우리 몸은 많은 신경 자원을 소모하며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 역시 폐경기를 지나며, 특별히 과식한 것도 아니고 배가 아픈 것도 아닌데 아랫배에서 ‘툭’하고 튀는 느낌이 들거나, 배꼽 근처가 쑤시는 듯한 기이한 감각을 자주 느끼며 ‘내가 위장병이 있나?’라는 걱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의학적 검진에서 별다른 문제를 찾지 못했고, 오히려 복식호흡과 일정한 식사 루틴, 부드러운 식이섬유 섭취를 통해 장신경계의 자율 반응을 진정시키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몸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스트레스와 자율신경의 탈조절, 트위칭을 악화시키는 생활 습관

갱년기 이후 장 트위칭 현상이 유독 심해지는 또 다른 이유는 신체 내부에서 벌어지는 스트레스 반응과 자율신경의 탈조절입니다.
장이 내는 신호가 더 자주, 더 예민하게 감지되기 시작하는 것은 단순히 신체적 변화만이 아니라 심리적 요인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우위를 차지하게 되고, 이는 장의 평활근을 긴장시키고 연동운동을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또는 급격히 멈추게 만들어 정상적인 소화 리듬이 무너지게 됩니다.

이때 나타나는 가장 흔한 반응이 바로 트위칭 또는 내장 경련 같은 이상 감각입니다.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날, 장시간 식사를 거르고 일하거나 과도한 집중 상태에 있을 경우, 장이 ‘움찔’하고 반응하거나 울렁이는 감각을 보이는 건 ENS와 자율신경이 부적절하게 신호를 주고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경고성 자율 반응입니다.

수면 역시 중요한 요소입니다.
숙면 중에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장이 편안하게 작동하지만,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교감신경의 잔여 활동이 지속되며 장이 밤에도 과도하게 수축하거나 아침 공복 시 트위칭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는 복통이나 설사로 이어지지 않아 병원에서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생활의 질을 확실히 저하시키는 불편한 감각으로 남습니다.

또한 폐경 이후 많은 여성들이 카페인 섭취나 간헐적 단식 등의 루틴을 시도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공복 시간이 길어지거나 위산 분비가 변하면서 장 내부의 감각 수용체가 더 민감해질 수 있습니다.
장을 자극하는 습관이 반복될수록 ENS의 민감도가 상승하고, 트위칭 현상은 더 빈번하고 예측 불가능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도 공복에 커피를 마신 후 갑작스럽게 뱃속이 움찔거리며 소화기 전반에 불쾌한 긴장이 생기는 경험을 여러 번 했습니다. 단순한 위장장애라고 생각했지만, 공복과 카페인의 조합이 자율신경계에 미세한 충격을 주고 있었던 것이죠.
그 후 아침 첫 음식을 가볍게 섭취하고, 카페인을 줄이며 장이 받는 스트레스 자체를 줄여가는 방식으로 조절하니 트위칭 빈도가 현저히 줄어드는 것을 직접 느꼈습니다.

트위칭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회복 전략

장이 울컥거리고 움직이는 듯한 감각은 몸이 스스로 신경계와 소화계 사이의 조화를 잃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렇다면 이 감각을 완화시키기 위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전략은 장이 자율적으로 과반응하지 않도록, 전신의 ‘안정 상태’를 회복시켜주는 것입니다.

첫 번째는 규칙적인 식사 루틴과 음식 선택의 조율입니다.
과도한 공복, 불규칙한 식사 시간, 자극적인 음식은 ENS를 과도하게 자극하여 예민한 반응을 유도합니다.
특히 폐경기 이후 위산 분비가 감소하고 소화 효소 분비도 줄어들기 때문에 천천히, 따뜻하게, 부담되지 않는 식사가 트위칭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생채소보다 살짝 데친 채소를, 기름진 음식보다 가볍고 따뜻한 죽류나 국물을 선택하는 방식이 좋습니다.

두 번째는 신경계를 안정화하는 루틴입니다.
복식 호흡, 짧은 명상, 반신욕, 야간 조도 조절, 또는 하루 15분 이상 걷기 같은 생활 속 루틴은 자율신경계의 밸런스를 되찾아줍니다. 특히 복식 호흡은 미주신경(자율신경의 중심)을 자극하여 장이 불필요하게 수축하거나 경련을 일으키는 것을 막아주는 핵심 기전입니다. 세 번째는 수면과 장건강의 연결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수면 중 장은 소화를 멈추고 회복에 집중합니다.
이때 ENS는 미세 염증을 정리하고 신경 회복을 위한 리듬을 조율합니다.
이 회복 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하면 다음 날 아침부터 장이 불균형 상태로 작동하며 트위칭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면 직전의 자극 줄이기, 야식 금지, 조명과 온도 조절 등은 장 트위칭 증상을 완화하는 실질적인 전략이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트위칭 현상을 ‘이상하거나 병적인 것’으로만 인식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장은 몸의 내부 신호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장기이며, 특히 갱년기 이후에는 호르몬과 자율신경의 균형이 흔들리면서 이런 감각을 통해 현재 상태를 알려주려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이 시기의 장은 단순한 소화 기관이 아니라 몸 전체의 긴장, 회복, 감정 상태를 대변하는 감각 센서가 되는 것입니다.

장이 들썩이는 느낌이 들 때, 그 감각을 억누르기보다 ‘지금 내가 너무 긴장했나?’, ‘공복이 너무 길었나?’, ‘장이 나에게 뭔가를 말하려는 건 아닐까?’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 그것이 회복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장과의 대화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